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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SF/스릴러/심리극 / 개봉: 2011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 주연: 커스틴 던스트, 샤를로트 갱스부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는 실존적 공포, 우울증, 그리고 임박한 파멸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화 초반부에서 주인공 저스틴이 행성의 충돌을 예지 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녀의 내면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제안한 죽음의 5단계인 부정, 분노, 타협, 우울증, 수용의 다섯 단계를 통해 심오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을 이용하여 지구의 종말을 예지한 저스틴의 내면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첫 장면은 결혼식을 위해 리무진을 타고 산길을 올라가는 두 남녀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결혼식장을 가기에는 너무나도 긴 리무진으로 인해 가는 길 내내 난항을 겪지만 주인공 저스틴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복합니다. 그러나, 결혼식 행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그녀의 태도는 점차 정반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원래도 우울증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주인공 저스틴이 미래의 행성 충돌에 대해 예지력을 발휘했음을 가정할 겁니다. 이제 막 우울했던 삶을 벗어나 인생 2막이 시작될 참인데, 가족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삶이 머지 않은 미래에 갑자기 끝나게 된다면 어떨까요?

    부정

    행성 '멜랑콜리아'와의 충돌이 다가옴을 예감하면서도 그녀는 결혼식의 축하 분위기에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그녀의 삶에 갑작스레 나타난 무게감을 애써 부정하기 위한 내면의 투쟁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결혼식이 점차 흘러가면서 나타나는 행사에 대한 저스틴의 무관심, 변덕스러운 행동, 축제에서 기쁨을 찾지 못하는 모습 등은 그녀의 내적 갈등을 강조합니다. 겉보기에 평범함을 유지하려는 그녀의 노력과, 내면에 깊게 침식된 그녀의 미래가 대립하며 주변인에게 수동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이 영화 초반부 동안 지속됩니다.

    분노와 타협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저스틴의 거부는 분노와 협상의 단계로 들어섭니다. 그녀는 자신과 달리 미래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근미래에 멜랑콜리아가 충돌하며 지구가 소멸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까요? 당장 오늘 결혼식을 치르는 새 신부에게서 그 얘기를 듣는다 한들 모두들 듣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원래도 우울증 내력이 있던 저스틴의 병세가 악화된 것이 아닐까 수군대겠죠. 저스틴의 분노는 미래에 대한 절망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심각성을 이해해 주지 못할 주변 사람들에게도 향하고 있습니다. 1박 2일간의 결혼식 동안 그녀의 내면은 수많은 분노와 타협의 전환을 맞습니다.

    우울과 수용

    멜랑콜리아와 지구 간의 충돌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되자 저스틴은 우울의 단계로 빠져듭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이어져 온 그녀의 우울증은 현실이 다가올수록 더욱 깊어집니다. 혼자서는 목욕조차 하지 못하며, 식사하는 시간 이외에는 물에 젖은 솜처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합니다. 언니인 클레어가 떠먹이는 음식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재를 삼키는 것 같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우울의 시간 동안 그녀의 내면은 수용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거부, 분노, 타협, 우울의 시간을 지나 그녀는 자신과 행성의 운명을 조용하고 평온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려놓음과 받아들임. 마치 삶에 통달한 현자처럼, 그녀는 밤의 숲속에 누워 멜랑콜리아에서 내려오는 빛을 실오라기 하나 없는 맨몸으로 맞이합니다. 이제 막 행성의 종말을 알게 된 클레어의 '부정' 단계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저스틴의 수용은 그녀를 괴롭혔던 실존적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묘사됩니다. 행성이 다가오는 정원에 마주 앉은 그녀와 패닉 상태에 빠진 클레어와의 모습이 대조되면서, 종말을 침착하게 맞이하는 그녀의 심리적 변화를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극중 나오는 두 자매에 대한 미묘한 묘사를 통해 죽음의 불가피성을 직면한 순간부터 그것을 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까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스틴의 예지력에 대한 가설을 세우지 않고 기본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 해도, 언니인 '클레어'의 모습에서 죽음의 단계를 일부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운명적 예지'라는 가설을 덧붙임으로써 더욱 다채로운 관점에서 영화를 시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슬픔의 5단계를 통하여 저스틴의 심리적 여정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그녀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더 싶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거부에서 수용으로 진행되는 그녀의 태도는 예지된 운명=죽음에 대한 심오하고 성찰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화 "멜랑콜리아"는 단지 우주적 재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 즉,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내면을 심오하게 다룬 영화로서 감상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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